영화 <인도로 가는 길> 데이비드 린 감독. 문화의 교차점에서 발견한 우정과 오해. 줄거리. 결말. 해석. 정보. 보러가기. A Passage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1984
-감독 : 데이비드 린
-주연 : 주디 데이비스 (아델레 퀘스테드) , 빅터 배너지 (아지즈)
-러닝타임 :164분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모험
데이비드 감독의 영화 <인도로 가는 길>은 많은 리뷰와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내 마음을 끌었다. 그의 작품 중 <콰이강의 다리>와 <아라비아의 로렌스>을 굉장히 좋아하는 데다가, 데이비드 린 자체가 20세기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의 작품이라면 응당 유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호기심으로 영화를 본지는 수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영화가 <인도로 가는 길> E. 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의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혼란스럽게 느끼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작소설까지 읽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읽으려는 책들은 이미 포화상태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고, <인도로 가는 길>의 원작소설을 읽는 것은 크게 욕심내지 말아야겠다고 단념하며 영화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원작 소설까지 읽고 이 작품에 대한 깊은 탐구는 하지 못했지만, 다만 영화를 다시보며 최대한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하여 금번의 리뷰가 작품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큰 온도차 없이 이해했기를 조심히 바라본다.
줄거리
아델라 퀘스티드와 미세스 무어는 배를 타고 영국에서 인도로 향한다. 아델라는 미세스 무어의 아들인 로니와 결혼할 예정이다. 로니는 인도 찬다포르에서 판사로 일하고 있다.
아델라와 무어는 인도에서 진짜 "인도"를 경험하고자 했었지만, 인도에서 오래 지낸 다른 영국인들이 인도인과의 교류를 꺼린다는 것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고, 그들이 인도인들에게 불친절한 것,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대한다는 것에 경멸하게 된다. 로니도 마찬가지였다. 로니는 그들이 인도인들과 지내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지만, 아델라와 무어는 인도인들을 친화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유일한 영국인인 필딩 박사에게 친절한 인도 의사인 아지즈를 소개받아 친구가 된다.
아지즈 박사는 아델라와 미세스 무어에게 마라바 동굴 소풍을 제안한다. 인도인에 대한 호의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지즈가 뒷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꺼낸 제안이었으며, 본인 또한 후회스러움을 느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상황에서 최대한 괜찮은 소풍이 되도록 준비한다.
여행 도중 무어는 더위와 많은 군중들에 의해 큰 피로를 느끼고, 동굴에서의 울리는 메아리에 공포를 경험하고 나머지 일정을 포기한다. 무어가 쉴 동안 아델라는 아지즈 박사, 그리고 가이드 셋이서 나머지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경사가 가파르고, 햇빛은 쨍쨍했지만 그럼에도 아델라는 포기하지 않고 아지즈 박사의 도움을 받으며 동굴로 향했다.
아델라는 아지즈가 잠시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에 동굴 중 하나에 홀로 들어가고, 어느 동굴에 들어갔는지 모르는 아지즈는 그녀를 찾기위해 모든 동굴을 수색하며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아지즈 박사가 아델라를 찾는 목소리는 동굴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리며 아델라는 공포감에 휩싸이고 결국 동굴 밖으로 도망쳐 나오게 된다. 이후 아델라는 아지즈 박사가 동굴에서 자신을 공격하려 했다고 이야기하고, 이는 영국 식민 행정부와 인도인 간의 분열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무어는 혼란에 엮이고 싶지 않아서 인도를 떠나게 되고, 그녀 없이 재판이 열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지즈가 자신을 해치지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아지즈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아지즈는 다행히 자유의 몸이 되지만, 영국인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고 영국 통치령이 아닌 곳으로 가서 직업을 새로 구한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년 후. 스리나가에서 의사를 하고있는 아지즈 박사. 그곳에 필딩이 찾아온다. 그는 영국인과 결혼을 한 후였고 영국인을 싫어하는 아지즈는 자신의 적과 결혼했다고 필딩을 비난한다. 하지만 필딩의 아내가 무어 부인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그 여인을 아델라에게 소개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자신이 수년간 가져왔던 혐오의 감정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렇게 아지즈는 아델라의 용기에 대해 고맙다는 편지를 쓴다.
A Passage to life
앞서 말했듯 <인도로 가는 길>을 처음에 보았을 때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특히 아델라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이상하고 불쾌하게 느껴졌었다.
물론 개인의 거짓말은 상황에 따라서 왜곡되어서 만들어지기 쉽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주변사람들에 의해서 더 극대화되고, 예상치도 못했던 큰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보고싶다고 하여서 인도인과 친하게 지내고자 했던 아델라가 한 인도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정도로 큰 혐의를 씌운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아델라는 당시 개인적으로 굉장한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자신이 살던 영국에서 벗어나 인도에 왔다. 인도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 등을 마주한다. 로니와 결혼하기 위해서 인도에 왔지만 로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그에게 결혼하지 말자도 이야기했다가, 타지에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 마음을 바꾸어 로니와 약혼을 한다.
하지만 결국 동굴 여행 중에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고 더운 날씨와 동굴의 메아리에 심신 미약 상태까지 다다른 아델라는 결국 자신의 이상행동에 대한 화살을 엄한 사람에게 돌리고 만다. 아델라는 인도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쌓여있어서, 영국인들에게 유리하게끔 진술해야 하는 어떠한 무언의 압박을 느꼈을 수 있겠다. 이런 아델라의 경험은 식민지 인도에서의 문화적 격차와 개인적 불안정성이 어떻게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존재인지. 영화는 식민지 시대 인도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적 갈등과 문화적 충돌, 그리고 그 안의 복잡한 인간의 속성을 그린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든지 진실을 말할,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고해할 수 있고 이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희생,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게된다. 오해를 일으키는 것은 얼마나 쉬운지. 그것이 상황에 따라서 얼마나 크게 번지기도하는지. 하지만 그 갈등을 푸는 것 또한, 용서하는 것 또한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동시에 무어 부인과 같이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려고 하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큰 감동을 주고, 시간을 지나서 그 진가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영화를 한차례 더 보니 영화 속 캐릭터들의 '복잡성' 자체가 우리 인간의 인생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 '복잡성' 자체가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껴진다. 인생 자체가 복잡한 것임을, 우리 인간 자체가 얼마나 복잡한 것임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자칫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깨달음과 여운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영화 이어보기
(+) 데이비드 린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콰이강의 다리>
https://with-evelyn.tistory.com/205
(+) 주디 데이비스의 또 다른 출연작 <드레스 메이커> <아이 오브 더 스톰>
https://with-evelyn.tistory.com/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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