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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페이버릿>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여왕의 진짜 페이버릿은 누구였을까? 줄거리. 배경. 해석. 감상. 결말. 보러가기

evelyn_ 2025. 4. 7. 12:20

 

 


<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 2018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주연: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장르: 드라마, 역사, 블랙코미디
-러닝타임: 119분



#1

<더 페이버릿> 영화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며, 이전에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 님이 추천하시기에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유튜브를 통해서 어떤 동영상 말미에 이 영화를 추천해 주셨는지 찾기가 어렵네요. 뭔가 영국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이 영화를 언급하셨던 것 같긴 한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뭔가 뻔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동안 보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제가 본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 모두 묘한 찝찝함을 남겼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기에 <더 페이버릿> 역시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작품을 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제가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영화의 플롯 자체는 예상했던대로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인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 누군가의 총애를 얻기 위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이야기 구조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관객을 끌어당기는 독특한 영화의 분위기,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다른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매력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앤 여왕이라는 인물, 그리고 그녀가 집권하던 시기의 역사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통치하던 그녀는 1707년 연합법을 통해 이 세 나라를 통합하고, '그레이트브리튼 왕국'을 탄생시킨 인물이기도 하지요.

 



#2

영화의 배경은 18세기 초. ‘앤’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국왕의 자리에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병약하여 여왕의 오랜 친구인 사라 처칠 말버러 공작부인이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하녀 ‘애비게일 힐’이 궁으로 들어옵니다. 애비게일은 애초부터 여왕의 총애를 받아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영리하고 센스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빠르게 사라와 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앤 여왕의 환심을 사며, 점차 사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앤에게 직설적인 말을 서슴지 않고, 앤이 키우는 토끼들을 경멸하는 사라와는 달리, 애비게일은 앤을 감정적으로 아껴주며 토끼들을 다정하게 대합니다. 앤은 점차 애비게일에게 많은 의지를 하게 되고, 애비게일은 사라를 완전히 몰아내고자 음모를 꾸밉니다. 사라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녀와 대적하게 됩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라 처칠의 남편인 존 처칠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와 전쟁 중이었습니다. 사라는 전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휘그당의 입장을 대표했고, 이에 반해 토리당은 전쟁을 끝내고 프랑스와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을 지지하며 여왕에게 압박을 가합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앤은 점차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마침내 토리당의 의견을 따르게 됩니다.

결국 애비게일의 술수가 성공하고, 사라는 여왕의 눈 밖에 나서 궁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3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올리비아 콜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녀는 마치 상처받은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가, 또 여왕으로서의 권위를 지키려는 복잡한 감정 사이를 넘나들며 탁월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사라에게 강하게 반발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목소리와 흐트러진 눈빛이 겹치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반면, 애비게일과 단둘이 있는 장면에서는 순간순간 표정이 굳어지거나, 목소리가 낮아지는 방식으로 의심과 기대 사이를 넘나드는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이지요.

 

앤이 무려 17번이나 유산을 겪었다는 설정은 그녀의 불안정한 내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왕실 영화’와는 매우 다른 인상을 줍니다. 엄청나게 화려한 궁전의 모습이나 눈부신 색감, 금박 장식들로 관객의 시선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의외로 소박하고 절제된 공간을 보여줍니다. 가구와 벽지, 복식까지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어두운 톤이 많은데, 저는 처음에 ‘정말 저게 실제 궁전의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인물의 감정선과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실제로 저는 시선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 없이,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 시선, 그리고 표정의 변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몇 명의 핵심 인물들만으로도 이야기는 결코 단조롭지 않았고, 오히려 한정된 인물 간의 밀도 높은 갈등과 관계 변화 덕분에 더욱 긴장감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단순한 궁중 로맨스를 넘어서, 정치와 감정의 경계, 권력의 흐름을 다층적으로 그려냅니다.

 



#4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파티에서 즐거운 사라의 모습을 지켜보던 앤 여왕의 표정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질투심과 상실감이 서서히 그녀의 얼굴에 드러나고, 이내 파티 분위기를 깨뜨리는 장면. 서서히 비참한 감정이 몰려오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그 장면의 연기가 정말 디테일하여 소름 돋았습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앤 여왕은 애비게일이 자신의 토끼들을 진정으로 예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애비게일조차도 권력에 취해 자신을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앤은 다시 한번 자신의 지위를 상기시키듯 애비게일에게 발을 주무르라고 명령하고, 애비게일은 어쩔 수 없이 그 명령을 따릅니다. 그 짧은 장면 안에 이 두 인물의 감정적 긴장감이 팽팽함이 감히 숨소리를 죽이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앤 여왕의 '페이버릿' 이었을까요? 그리고 진정 앤 여왕을 위해 도움이 되는 존재는 누구였을까요? 사라 처칠이었을까요? 아니면 애비게일이었을까요? 만약 제가 앤이었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영국을 통치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는,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앤'이기 때문에 겪었어야 할 고통과 고뇌라기보다는, 우리 인간사이에서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복잡함과 외로움, 권력, 애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4월입니다. 곧 따뜻해질 봄날을 기다리며,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에 보는 사람마저 숨소리 마저 조심하게 할 정도로 흡입력이 막강한 영화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왕의 여자'라는 조금은 유치할 수 있는 타이틀보다, 훨씬 특별한 분위기의 궁중 심리극을 그린 영화 <더 페이버릿>.영화와 함께 감정의 결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더 페이버릿>을 의미있게 보셨다면 영화들처럼 왕실 여성들의 내밀한 감정과 정치적 갈등을 다루는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페어웰 마이퀸>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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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웰, 마이퀸>, 마리 앙투아네트의 책읽는 시녀 이야기. 다이앤 크루거, 레아 세이두 주

,2013 -감독 : 브누아 작꼬 -주연 : 다이앤 크루거 (마리 앙투아네트 역), 레아 세이두 (시도니 라보르드 역)-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장르 : 드라마-러닝타임 :100분  #1 저는 최근에 소피아 코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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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앙투아네트> 소피아 코폴라 감독. 커스틴 던스트 주연. 줄거리. 해석. 감상. 보러가기.

, 2007-감독 : 소피아 코폴라-주연 : 커스틴 던스트 (마리 앙투아네트 역), 제이슨 워츠맨(루이 16세 역), 립 톤 (루이 15세 역)-조연 : 주디 데이비스 (노아이유 공작부인), 스티브 쿠건 (레스캬느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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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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