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퍼 보이 : 사형수의 편지> 진흙 속의 진주, 잭 에프론의 진가를 보다. 줄거리. 감상. 정보. 보러가기. 결말.
<페이퍼보이 : 사형수의 편지> The Paperboy, 2012
-감독: 리 대니얼스
-주연: 매튜 맥커너히, 니콜 키드먼, 잭 에프론, 존 쿠삭
-장르: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107분
-연령: 청소년 관람불가
#1
니콜 키드먼, 존 쿠삭, 매튜 맥커너히, 그리고 잭 에프론까지—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차오르는 배우들이지요. 이 영화는 이토록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배우진에도 불구하고,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저에게 마치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 피트 덱스터(Pete Dexter)의 1995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60년대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실제 범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인지 영화는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인 분위기와 사실감을 선사합니다.
#2.
영화는 젠슨가 집에서 일했던 가정부 아니타(매시 그레이)의 목소리로 전개됩니다. 그녀는 그 집의 엄마가 가출하게 되면서 그 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1969년. 미국 남부 플로리다. 잭(잭 에프론)은 과거 수영선수였고, 뛰어난 수영 실력을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대학 수영팀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지금은 자신의 아버지가 설립한 지역 신분사인 '모트 카운티 트리뷴'에서 신문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잭의 우상이자 신문기자인 형 워드(매튜 맥커너히)는 '마이애미 타임스'의 기자였는데, 극악무도한 콜 보안관 살인 혐의로 수감된 사형수 힐러리 (존 쿠삭)를 취재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기자 야들리와 함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워드는 힐러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를 열정적으로 사모하게 된 샬롯(니콜 키드먼)과 함께 힐러리를 구할 계획을 세웁니다. 애초부터 워드는 샬롯의 편지를 받게 되고 이 사건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거든요. 샬롯은 힐러리의 무죄를 확신하였고, 그의 석방을 원했죠. 이때 워드는 동생 잭을 자신의 취재에 운전사 겸 조수로 끌어들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잭은 매력적인 여인 샬롯에게 강하게 이끌리게 됩니다.
#3
진실을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진흙탕 같은 인간 관계와 어두운 비밀들, 그리고 각자의 욕망은 점점 상황을 뒤틀어 놓습니다. 힐러리가 보안관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가석방되어 풀려나게 됩니다. 석방 이후, 힐러리는 샬롯을 데리고 정글로 사라집니다. 힐러리는 수감되기 이전에 원래 정글에서 악어를 잡아 그 가죽을 벗겨 파는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후 잭의 아버지는 재혼을 하고 그 결혼식에 샬롯이 초대되었습니다. 잭은 샬롯에게 편지 한통을 받는데 그 편지에서 샬롯이 얼마나 고통당하고 있는지 느끼게 되고, 결혼식에도 찾아오지 않은 샬롯을 만나러 워드와 함께 정글로 잡입합니다. 하지만 샬롯은 잭의 아버지의 결혼식에 가려고 하다가 힐러리의 반대에 부딪히고 결국 그에 의해 살해당했고, 잭의 형 워드 역시 힐러리에게 맞서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잭은 깊은 충격에 빠지지만, 과거 수영선수였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정글을 빠져나오며 두 사람의 시신을 무사히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합니다. 힐러리는 결국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당하며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잭은 형의 장례식에서 오랜 시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어머니와 재회하게 됩니다.
#4
앞서서 저는 이 영화의 놀라운 출연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죠. 제가 정말 애정하는 니콜 키드만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니콜 키드먼이 샬롯의 연기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세계 정상급의 여배우로는 이 파격적인 샬롯이라는 세상에 비틀거리는 여자의 역할에 대한 용기가 필요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전에 보그에서 니콜 키드먼에 대해서 연기에 대해 물었을 때, 99%의 노력, 1%의 화려함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떠올랐고, 또한 자신이 그간 많은 일을 겪어왔었다는 말이 리마인드 되며 그녀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그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존 쿠삭 그리고 매튜 맥커너히 또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특히 존 쿠삭의 연기는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이 둘의 연기는 말해 뭐할까 싶을 정도이지만, 특히 잭 에프론의 연기는 꽤 신선했습니다.
저는 잭 에프론을 단순하게 <하이스쿨 뮤지컬> 시절의 틴에이저 스타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네사 허진스의 전 남친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실은 그때의 잭 에프론이 기억에 깊이 박혔었었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잭 에프론이 얼마나 진지하고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을 좀 더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5
영화는 배우들의 얼굴과 옷에 맺힌 땀이 화면 가득하게 포착되며, 카메라는 남부 특유의 눅눅하고 답답한 공기를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해줍니다. 땀이 뚝뚝 떨어질 듯한 배우들의 모습, 그리고 습한 공간 속에서 이뤄지는 갈등들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끈적한 조금은 불쾌한 분위기를 고조시켜 줍니다.
영화는 명확한 해피엔딩 없이, 각 인물들이 지닌 상실과 상처만을 조용히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그 감정의 깊이와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데요. 아마 저는 어쩌면 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철저하게 그러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기대와는 반대로 오히려 안타까운 결말인 영화들이 더더욱 잊히지 않는 영화로 남더라구요.
잭, 워드, 샬롯… 모두가 너무나 안쓰러운 인물들입니다. 콜 보안관을 죽인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왜 이 사건에 대한 범인은 잡히지 않고 그 사건을 더 캐보려던 인물들이 마치 늪에 서서히 빠져들듯이 파국으로 치달아버렸습니다. 휘파람 소리를 연상시키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또한 이 영화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지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닙니다. 어둡고 칙칙하며 끈적하고 불편한 감정이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좀 산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의 요소들을 좀 과도하게 담으려고 했다는 것도 느껴져요. 각 인물들의 복잡성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했던 시도였다고 보지만 좀 덜어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네요. 다만,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진정한 수작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굉장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월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마음의 뒷골목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듯한 이 영화와 함께 여러분의 한 주가 조금 더 깊어지길 바랍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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