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니어스> 천재 편집자 맥스 퍼킨스, 전설적인 작가 토마스 울프 이야기. 콜린 퍼스, 주드 로, 니콜키드만. 줄거리.결말. 감상. 보러가기
<지니어스> <Genius>, 2017
-감독 : 마이클 그랜디지
-주연 : 콜린 퍼스 (맥스 퍼킨스 역), 주드 로(토마스 울프 역)
-조연 : 니콜 키드먼 (앨린 번스타인 역), 로라 리니 (루이스 퍼킨스 역),
가이 피어스 (F. 스콧 피츠제럴드 역), 도미닉 웨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
-러닝타임: 104분
-장르: 드라마, 전기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1
이번 주에 우연히 주드 로와 니콜 키드먼이 함께 출연한 영화를 두 편이나 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잊고 지냈던 영화 <콜드 마운틴>이었고, 두 번째는 <지니어스>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훌륭했지만, 제 자신에게 “어떤 영화 리뷰를 먼저 쓸래?”라고 물었을 때, 제 답은 단연 <지니어스>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영화의 제목만 봤을 때는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에서 그저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던 영화였지요. 하지만 짧은 시놉시스를 읽는 순간, 저는 이 영화가 제 취향에 딱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콜린 퍼스, 주드 로,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결정타였습니다. 이 정도 라인업이면 반칙 아닌가요? 영화 <지니어스>는 2016년 개봉한 영국과 미국의 합작 전기 드라마로, 20세기 초 문학계의 거장인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작가 토마스 울프의 실화을 그린 A. 스콧 버그의 <천재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를 원작으로 합니다.
실제로 <지니어스>는 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였습니다.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복잡하면서도 따뜻한 관계,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창작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
"이 이야기는 실화다"
찰스 스크리브너 선스 출판사의 편집자인 맥스 퍼킨스는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같은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편집한 것으로 유명한 천재 편집자입니다. 어느 날, 그는 무대 디자이너인 앨린 번스타인으로부터 한 글을 전달받습니다. 번스타인은 이 글이 자신의 후배가 쓴 것이라며 이야기했지만, 이미 다른 출판사들로부터 모두 거절당한 상태였습니다.
퍼킨스는 퇴근 후 기차 안에서 거절당한 이 글, <오, 잊혀진 것들>을 읽기 시작했고, 곧 독특한 문체와 생동감 넘치는 글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이 글의 작가 토마스 울프(이하 톰)의 재능을 알아보고,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합니다.
"울프 씨, 당신의 책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물론 동의를 구해야겠죠. "
톰은 자신을 알아봐 준 퍼킨스에게 감격하며, 그의 편집 조언을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퍼킨스는 작품의 분량이 너무 방대하다고 판단하여 약 300페이지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작품은 톰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써온 것이었기에, 글을 삭제하는 과정은 톰에게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퍼킨스를 신뢰하며 모든 과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책의 제목 역시 원제인 <오, 잊혀진 것들>에서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로 최종 변경되었습니다. 그렇게 울프의 첫 소설은 큰 성공을 거두고 스크리브너 선스 출판사의 베스트셀러가 되지요.
#3
한편, 톰은 지상 최대의 기회를 잡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그의 아내 앨린은 톰이 점점 더 바빠지며 가정에 소홀해지는 것을 서운해했습니다. 앨린은 자신이 톰의 성공을 가장 간절히 바랐던 사람임에도, 남편을 맥스에게 빼앗겼다고 느꼈습니다. 맥스 역시 아들을 간절히 원했지만 갖지 못했기에, 톰과의 작업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습니다.
첫 번째 책이 톰에게 ‘천재’라는 명성을 안겨준 만큼, 두 번째 책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엄청났습니다.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박을 견뎌야 했습니다.
9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편집 과정은 2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톰은 계속해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고, 맥스 또한 가족들과의 여행조차 포기하고 오롯이 톰의 두 번째 책 편집에 전념했습니다.
"톰같은 작가는 일생에 한 번밖에 못 만나"
오랜 시간의 편집 끝에, 그들은 두 번째 책인 <때와 흐름에 관하여>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톰은 서평이 나오기 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때와 흐름에 관하여>는 또다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온갖 미디어가 극찬을 쏟아냈고, 사람들은 그를 다시 한번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앨린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구원해 주었던 톰이 이제는 그녀의 삶에서 사라져 버린 듯했고, 공허함만 남았습니다. 앨린은 맥스에게 톰이 두 번째 책을 그에게 헌정했으니 이제 맥스의 역할은 끝났고, 톰이 그를 떠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앨린은 톰이 자신의 삶처럼 맥스를 "편집"해버릴 것이라고 말하며 씁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4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톰은 성공 이후 점점 광적으로 변하며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허밍웨이는 톰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고, 톰이 더 큰 출판사로부터 유혹적인 제안을 받아 맥스를 떠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톰은 자신을 치켜세우는 언론들에 의해 자만심이 커졌고, 자신의 방대한 글쓰기 방식과 비교해 짧은 글을 쓰며 최근에는 단편만을 발표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능력을 의심했습니다. 더 나아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스콧의 아내 젤다 앞에서 스콧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무례하게 대했습니다.
톰은 스콧이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잔인한 태도를 보였고, 이러한 행동은 맥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맥스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톰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톰은 사람들이 “맥스의 편집이 없었다면 톰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는 맥스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 같았던 톰은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앨린과의 관계를 다시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앨린은 이미 톰에 대한 감정을 접은 지 오래였고, 그의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5
톰은 결국 스콧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는 맥스가 자신의 작품을 변형시키고 자신을 의존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자신을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그에게서 독립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스콧은 톰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스콧은 맥스가 진심으로 톰을 대했고, 모두가 톰을 외면할 때 맥스만이 톰을 믿어주었으며, 그의 꿈과 희망에 모든 노력을 쏟았음을 강조했습니다. 스콧은 톰의 자격지심과 이기심이 맥스와의 관계를 깨트린 진짜 원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톰은 여행을 하며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뇌에 결핵균이 퍼지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평소처럼 편집을 하고 있던 맥스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그것은 톰이 병원에서 쓴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편지에는 톰이 자신의 이기심과 자격지심으로 인해 맥스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괴로워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맥스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 그로 인해 자신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6
이 영화는 편집자라는 직업의 본질과 그들이 겪는 고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편집자는 항상 작가의 뒤에서 익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맥스의 말은 단순히 직업윤리를 넘어서, 그가 얼마나 신중하게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이 작가의 글을 훼손하거나 나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괴로워했습니다.
톰은 처음에는 맥스의 능력을 경외하고 존경하며 그의 편집 방향을 전적으로 따랐습니다. 첫 번째 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후, 그는 맥스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하며 맥스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톰을 진심으로 대했던 맥스는 톰이 자신을 떠나 스스로의 길을 찾으려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맥스는 가정적인 사람이었음에도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톰과 함께 그의 글을 편집하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톰이 맥스를 비난하며 자신의 글을 '변형'했다고 말했을 때, 이는 편집자로서의 맥스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미 작가의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주지 못했을까 늘 우려하는 맥스의 입장에서, 톰의 비난은 그의 가장 큰 두려움을 현실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맥스는 단순히 편집자에 머무르지 않고, 톰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헌신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직접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톰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톰과의 관계는 그에게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가져다준 것이었을 테지요.
편집자는 익명으로 남아야해. 그보다 큰 이유는 항상 두렵거든. 내가 자네 글을 변형시키는 거 같아서 자네의 초고는 지금과 달랐다는 걸 알리기 싫어. '전쟁과 평화'도 내가 했으면 '전쟁'이었겠지. 그래서 우리 편집자들은 밤잠을 못 이뤄 우리가 정말 글을 좋게 바꾸고 있나? 그저 변형시키고 있나?
#7
영화 <지니어스>는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작가 토마스 울프 사이의 독특한 우정을 중심으로, 창작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관계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성공의 기쁨과 관계의 균열이 교차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우며, 특히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창작과 편집이라는 과정의 갈등과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톰은 호탕하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종종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본능에 충실하고 순수하며, 괴짜 같은 면모도 있지만, 겉치레 없이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죠. 그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약 병을 이겨냈더라면, 맥스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많은 걸작을 남길 수 있었을 겁니다.
톰의 열정적이고 한편으로 치기 어린 모습을 주드 로는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울프의 복잡한 내면과 천재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맥스 역을 맡은 콜린 퍼스는 완벽주의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정직하고 따뜻한 맥스 퍼킨스를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특히 톰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영화 내내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의 슬픔과 인간미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니콜 키드만이 연기한 앨린 번스타인 또한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톰이 자신의 인생이 가장 힘들었을 때 앨린은 그를 구원하고 살아갈 이유를 찾아주었습니다. 하지만 톰이 맥스와의 작업을 시작하며 그녀와 멀어지자, 톰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녀의 복합적인 감정과 갈등은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가을이 끝나가는 이 시점, 영화 <지니어스>는 작가와 편집자의 우정, 그리고 창작의 열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줄 작품이 될 것입니다. 훌륭한 배우들, 그리고 그들이 연기하는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도 덤으로 볼 수 있지요. 이번 주도 좋은 영화들과 함께 따뜻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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