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동명 소설 원작. 바네사 그레이브 주연. 줄거리. 보러가기. 정보. 결말. 감상.

evelyn_ 2024. 9. 28. 19:00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2006  
-감독 : 마를렌 고리스
-주연 : 바네사 그레이브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 역), 나타샤 맥켈혼 (어린 클라리사 역),
           마이클 키첸(치터 윌쉬 역), 앨런 콕스 (어린 피터 역)
-러닝타임 : 96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1 
 
저는 영화 리뷰를 쓰면서 적어도 한 번 더 영화를 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대사들을 자연스럽게 곱씹을 수 있고, 놓쳤던 부분을 찾아 이해를 보완하게 됩니다. 실제로 리뷰를 위해 다시 본 결과 더 좋아하게 된 영화도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소개할 영화 <댈러웨이 부인>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실은 무엇을 말하는지를 모르겠어서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이것이 바로 듣기만 했던 '의식의 흐름' 기법이었던 걸까요? 하지만 리뷰를 통해 한 번 더 영화를 보니, 이 영화를 여러분께 추천드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싶었던 <디 아워스>를 보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할 때의 심리적 고통과 창작의 갈등을 그린 영화인데, 당시에는 "너무 우울하다"는 평을 보고 시청을 망설였으나 이제는 볼 용기가 생겼거든요. 참고로 저는 버지니아 울프의 어떤 작품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접하기 이전에 영화를 먼저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댈러웨이 부인> 보러가기


 
#2
 
1923년 6월 13일 런던. 클라리사는 오늘 저녁에 집에서 열릴 파티 준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꽃집에 들러 꽃을 구매하고, 옷장을 열어 저녁에 입을 드레스를 고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에 대한 회상들이 떠오르는데, 젊은 시절의 사랑이었던 피터 월시가 인도에서 돌아와 그녀를 찾아오며 그 기억들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젊었을 때 클라리사는 샐리와 절친했고, 피터와는 특별한 관계였습니다. 피터와의 사랑이 깊어질 뻔했지만, 그는 클라리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그녀는 그의 집착적인 사랑을 거부하게 됩니다. 결국 클라리사는 댈러웨이 씨와 결혼하게 되었죠. 피터는 그녀가 단순한 안주인으로 남아있지 않고, 자신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클라리사는 "넌 너무 많은 걸 바래. 모든 걸 버리고 너를 따라 세상을 돌아다닐 용기가 나에겐 없어."라고 말하며 피터와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반면 리처드는 그녀에게 숨 쉴 여유를 주며,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피터가 인도에서 돌아와 클라리사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피터는 자신이 런던에 오겠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그 편지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피터는 인도에서 육군 소령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고, 지금은 힘든 사랑을 겪고 있어 감정이 북받칩니다. 결국 그는 서둘러 클라리사의 집을 떠나려 하하고, 클라리사는 저녁 파티에 꼭 참석해달라고 청합니다.
 


#3 
 
클라리사의 이야기 중간에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젊은 군인 세프티머스 워런 스미스의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세프티머스는 전쟁 후유증으로 환청을 듣고 작은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돌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의사와 상담을 해보지만, 세프티머스는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속에서 점점 절망에 빠집니다. 의사는 자살 충동자는 격리해야 한다며 요양원에서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그날 저녁, 세프티머스를 요양원으로 데려가려는 사람들이 오자 그는 결국 철책을 넘어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 맙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편 클라리사의 파티가 열리고, 정계의 유명 인사들과 고위 간부들이 그녀의 집에 모입니다. 이들을 맞이하면서도 클라리사는 복잡한 심정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파티를 여는 것뿐이라며, 이에 많은 정성을 쏟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 파티에 샐리와 피터가 찾아오고, 그들은 어릴 적의 기억에 빠져듭니다. 피터는 클라리사와 대화할 기회를 엿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클라리사를 사랑하고 있었고, 둘은 결국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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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는 <댈러웨이 부인>을 보며 이것이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뚜렷한 교훈은 없더라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후회와 회환, 그럼에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려는 복잡한 감정들이 우리의 인생 자체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절망하지만, 동시에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피터를 선택했다면 불안정했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더 생기 있고 활기찬 삶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처드 댈러웨이를 선택함으로써 클라리스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느낌을 간직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경제적 여유로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하룻밤을 베푸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빛나고 각자의 주인공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끼며 파티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이 영화를 통해 저는, 우리가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을 때도 있지만, 결국 현재를 살아가야 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삶은 여러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만족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우리 모두 각자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씩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과 회한이 남기 마련입니다.어떤 선택이 무조건 옳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금 인생을 살 수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답은 누구도 모를 것 입니다. 
 

우릴 살게하는 건 뭘까. 우리 안의 그 무엇이 우리 삶에 무한한 기쁨을 주는건가. 모든건 찰나일 뿐 결고 오래 머물지 않아 매순간 외치고싶어. 제발 머물러줘 .머물러줘.. 

 


 
#4
 
영화는 전쟁이 남기는 깊은 상흔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전쟁은 한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망쳐 놓았고,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들이 얼마나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 여진은 남아 있습니다. 
 
한편 우리의 젊은 시절에 강력했던 기억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여파를 미칩니다. 클라리스, 피터, 그리고 샐리, 세 인물 모두 젊은 시절의 기억의 여진 속에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역시 문득 과거의 일이 떠오르곤 합니다. 영화는 그런 우연한 떠올림과 갑작스러운 회상을 잘 표현하고 있어, 저도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난 내 느낌을 모르겠어. 다만 난 그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의 기억이 평생 날 지배한다는 건 알지. " 

 
클라리스가 파티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며 속마음을 독백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정말 탁월합니다. 자신이 준비한 파티에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도,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면 파티가 성공적이었다고 안심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와 다양한 인생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마치 관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파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꽤 흥미로운 행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반가웠습니다.
 
클라리사, 즉 댈러웨이 부인을 연기한 바네사 그레이브는 5대째 영국 배우 명문가로 유명한 레드그레이브 가 출신이며, 아버지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이클 레드그레이브인데요. 많은 분들에게는 <어톤먼트>의 브리오니 탈리스의 나이 든 모습을 연기했던 배우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네요. 바네사 그레이브의 외모가 어린 브리오니와의 씽크가 잘 어우러져 놀라웠는데요, 마지막에 TV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자신의 과거를 속죄하는 듯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그 표정이 덤덤하고 편안해보여 진정한 속죄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그녀의 친구를 연기한 배우 레나 헤디는 <300>에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아내이자 왕비 고르고 역할을 맡았던 분이죠. <300> 에서 분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워낙에 이미지가 강렬했어서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클라리사의 어렸을 적 절친으로 말괄량이 같지만 또한 당시 시대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고민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리뷰를 쓰기로 결심하고 영화를 다시 본 지금, 그들의 대사를 곱씹으며 이 영화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오가며 느끼는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이 영화는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느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뾰족하고 명확한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각 인물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영화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혹시나 언젠가 보았지만 말하는 바를 모르겠었다라는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으시다면, 그 영화를 한 번 더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번에 혹시나 놓쳤던 의미들을 찾아낼 수도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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