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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들여다보다. 줄거리. 감상. 결말. 도서 추천

by evelyn_ 2025. 6. 29.


<고양이>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 번역 : 전미연
출판 : 열린책들 / 발행 : 2018.06.12 


 

#1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프랑스 작가죠. 요즘 세대에게도 여전히 잘 알려져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 또래에게는 꽤나 친숙한 이름일 겁니다. 저는 그가 단 7살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읽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신>과 <빠삐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흥미로웠지만 어딘가 두 작품이 유사한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좀 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저는 그 이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지는 않았습니다. 또 워낙 분량이 방대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요.

그러다 어느 날, 책이 잘 읽히지 않는 '책태기'를 겪으면서 다시 그가 떠올랐습니다. 단순하게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이 절실했거든요. 그렇게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다가 <고양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집사’이기도 해서, 왜 지금껏 이 책을 몰랐을까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전자책을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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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양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01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인간과 동물, 특히 고양이와의 관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장편 소설입니다.

테러가 일상화되고 내전이 시작된 파리.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곧 세계 대전이 발발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바스테트'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내레이터인 암컷 고양이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의 이름을 따온 그녀는 친구이자 조력자인 수컷 고양이인 피타고라스의 도움으로 인류 문명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멸망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 문명의 대안을 고민하게 됩니다. 피타고라스는 뇌에 칩이 이식되어 고양이와 인간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고양이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그는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며 바스테트를 돕습니다.

황폐화된 도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사나운 쥐 떼들을 피해 도시를 떠납니다. 쥐 떼에 점령당한 도시에서 도망친 고양이들이 불로뉴 숲에 모여 고양이 군대를 조직하고, 다시 도시를 탈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 고양이 군대는 센강의 시뉴섬으로 향하지만, 쥐 떼의 접근을 막기 위해선 섬으로 통하는 다리를 폭파해야만 하는 상황.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도움이 절실해집니다. 결국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 소통하는 데 성공하고, 쥐떼들의 공격과 페스트, 그리고 인간 전쟁의 혼란 속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한 연대를 모색하게 됩니다.


 

#3 


겉보기에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고양이의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만큼의 풍부한 역사적 기록들을 소개하며, 인간 문명과 가치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철학적인 소설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이집트인과 그리스인들이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숭배했다는 사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고양이 공포증으로 인해 고양이를 보기만 해도 패닉에 빠졌다는 일화, 로마 제국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고양이 숭배가 금지되고 고양이가 사악한 동물로 취급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흥미로우면서도 인간의 폭력성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고양이들을 싫어했던 캄비세스 2세, 율리우스 카이사르, 루이 14세, 나폴레옹, 히틀러까지… 인간들이 제멋대로 고양이를 좋아했다가 혐오했던 사실은 묘하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있는지를 깨닫게 하고, 생존과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게 만듭니다. 실은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 때 고양이는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존재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통해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느꼈던 기묘함을 고스란히 되돌려받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고양이>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들이 내전과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테러도 그렇고 전쟁도... 인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대량 살상이 가능한 힘을 갖게 됐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네가 처음 거울을 대했을 때와 똑같아. 인간들은 자기들과 닮은 것을 절멸하려 하지. 더 이상 외부의 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공격성을 내부의 자신에게 돌리는 거야." 

 

이 대사는 인간 문명의 자기 파괴적 속성을 날카롭게 꿰뚫습니다.

 


#4 

작중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3보 전진, 2보 후퇴, 다시 3보 전진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라고 인간의 진화를 묘사합니다. 이 문장은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진보와 후퇴를 거듭하니까요. 한번 저지른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은 할 수 있을텐데 그게 쉽지 않죠. 인간은 누구나 결점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간이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인간의 삶은 백 년으로 짧고, 감정은 잊히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합니다. 기록은 남지만, 그 기록이 모두에게 같은 감정과 감상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 세대의 결정들을 반복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엔 현명한 결정도 있겠지만, 어리석은 선택도 적지 않겠지요. 세계 곳곳에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는 피타고라스의 말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는 시뉴섬에서 쥐들과의 전투를 마치고 이렇게 말합니다.

 

"기존 체제를 대체할 더 나은 세상을 제안하지 못하고 그 체제를 파괴하는 데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전까진 여길 떠나면 안 돼. 시뉴섬은 우리가 새로운 공생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안전한 실험실 역할을 해야 해."

 

"단번에 할 순 없어. 단계별로 서서히 될 거야. 너무 급히 서두르면 우리가 여태 이룬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피타고라스는 그는 고양이들을 교육하려 하며, '기억'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수신과 발신을 넘어서, 기억하고 기록하며 고정시켜야 한다고.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며, 적어도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록하고 그 기록을 타인,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파하는 것이 아닐까요? 바스테트는 시뉴섬에서의 전투로 인해서 고양이와 인간이 힘을 합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고, 이미 고양이들은 인간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인간이 스스로 그들의 동족들을 변화시킬 차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과 다른 종들의 화합을 꿈꿉니다.

 

번역가 님도 고양이를 돌보신다고하니 더욱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5

 

잘 읽히는 이야기를 찾다가 동시에 인문학적 통찰까지 얻을 수 있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를 애정한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썼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고양이 집사로서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장편 소설'의 타이틀을 가지고있고, 2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권의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 혹은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7월을 앞두고 있는 오늘, 한낮의 더위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도 좋은 책과 함께, 마음이 평온한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ps. 이동진 평론가님도 고양이 '소미'를 키우는 집사님이시죠. 고양이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신 동영상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에도 수록된 흥미로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어 주십니다. 

 


<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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